요리이야기2008. 7. 19. 22:42

저 푸짐한 야채속에는 바알간 김치와 밥이 쟈글쟈글 거리고 볶아지고 있답니다.
페퍼런치만의 독특한 서빙 시스템인데요...
주문하면 5분안에 뜨겁게 달구어진 철판위에 수북히 쌓인 야채와 음식이 쟈글쟈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서빙됩니다.
그러면 그 쟈글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군침을 꿀꺽꿀꺽 삼키면서...
열심히 밥을 비비면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볶음밥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죠...

자기 앞에 놓여있는 푸짐한 음식이 시각을 자극하고...
쟈글쟈글 거리는 소리가 청각을 자극하고..
자기가 직접 볶아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촉각을...
그리고 깊은 페퍼의 향내와 함께 입안에 감도는 매콤한 맛이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죠...
정말 말 그대로 오감을 자극하는 이 시스템과 5분이라는 빠른 서빙이 지금의 페퍼런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음....이런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구요....
저 수북히 쌓여있는 콩나물때문에 사진으로는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직접 내 앞에 저 음식이 서빙되더라도....쟈글쟈글 거리는 소리가 없다면 그 안에는 어떤지 도통 알 길이 없죠..

하지만 말이에요..
저 안을 수저로 들추어내면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과 함께...
김치와 밥, 불고기가 열심히 볶아지고 있는 현장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의 오감을 환상의 세계로 데리고 가주기에 충분한 모든 것들이 그 안에 준비되어 있는 것이죠..
우리는 그저 수저를 들고 그 안을 열어 구경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열심히 비벼주면 최고의 밥상이 내 앞에 놓여집니다.


하나님의 은혜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에 잠겨봅니다.

하나님께서 정말 정성스럽게 준비하신 그 푸짐한 은혜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수북히 쌓여있는 콩나물 대가리(?)들만 보고서....
겨우 콩나물 대가리(?) 몇개 가져다준거냐고 불평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내가 널 위해 이만큼의 은혜를 준비했단다..어서 열어봐~'라고 열심히 옆에서 내는 쟈글쟈글 거리는 소리에는 그저 귀를 닫아버린채...
이게 뭐냐고 불평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모세가 지팡이를 들었듯, 여호수아와 궤를 맨 제사장이 요단강에 발을 디뎠듯, 나도 이제 그 콩나물 더미만 열어젖히면 너무나 놀라운 은혜를 내가 경함할 수 있음에도...
그저 콩나물만 망연히 바라보면서....
하나님께서 풍성한 은혜를 준비하시고, 요리하시고, 담아서, 수저로 적당량을 매번 떠서 입에 가져다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저 나에게는 콩나물더미 은혜만 있었다는 듯 불만의 마음이 가득하지는 않았는지...
조용히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조용히 제 방 한켠에서 무릎을 꿇어봅니다.

'하나님...'
'참 바보처럼 살았습니다.'
'참 어린아이처럼 응석받이로 살았습니다.'
'참 부끄러운 생각, 부끄러운 행동, 부끄러운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그래도 저를 바라보시고 계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적은 것이 아니라,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얻지 못한 제가 참 작습니다.'
'늘 항상 모든 것이 저 멀리 지나가버린 후에 깨닫고 후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저이지만...'
'그래도 저를 바라보시고 계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진 : 명동 페퍼런치 '페퍼 불고기&김치 라이스', 2007.05.14.>
 
- 요한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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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